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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물/영문학의 이해

‘The road not taken’에 담긴 위로와 통찰: 선택과 후회를 직시하다

by 김통렬 2020. 7. 5.

The Road Not Taken

 

Two roads diverged in a yellow wood,
And sorry I could not travel both
And be one traveler, long I stood
And looked down one as far as I could
To where it bent in the undergrowth;

Then took the other, as just as fair,
And having perhaps the better claim,
Because it was grassy and wanted wear;
Though as for that the passing there
Had worn them really about the same,

And both that morning equally lay
In leaves, no step had trodden back.
Oh, I kept the first for another day!
Yet knowing how way leads on to way,
I doubted if I should ever come back.

I shall be telling this with a sigh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Robert Frost

 

Robert Frost의 시 'The road not taken'은 소박한 정원에서의 정서를 선택이라는 인간 본질적인 고뇌로 승화시키며 나아가 그 고뇌를 겪는 모든 사람들을 위로하고,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의 방향 또한 제시한다. 이 글에서는 먼저 이 시가 해당 주제를 나타내는 방식과 그 과정의 분석을 통해 해석의 근거를 보여주고, 이어 시의 의미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를 서술하겠다.

 시의 1연에서 화자는 숲속에서 두 개로 나뉜 갈림길을 맞닥뜨리고 두 길을 모두 갈 수 없기에 인간으로서 하나의 길을 택해야 함을 깨닫는데, 이는 언제나 선택해야 한다는 인간의 유한성과 필연적인 고뇌를 나타낸다. 1연의 3행부터 화자는 갈림길 앞에 멈춰 서서 갈등하기 시작한다. 화자는 죽 이어진 길을 가능한 한 들여다보며 두개의 길을 비교하기 시작하며 이것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선택을 위해 관찰하는 우리의 모습을 비춰준다. 이어서 2연에서 화자는 두개의 길 중 결국 사람들이 덜 다닌, 풀이 우거지고 닳지 않은 길을 택했고, 이는 자신이 가야할 길을 생각해보고 직접 하나의 길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화자의 의지와 삶의 목적지를 스스로 꾸려나가는 능동적 태도를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화자 자신이 지나감으로써 이 길 또한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길과 다름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암시한다. 다음 3연의 1행에서 아침은 두 길 모두에게 공평하게 찾아오고 길을 밟아 검게 물들인 어떤 발자국도 없었다. 그 말인 즉슨, 결국 고민하던 두 길은 그리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화자는 자신이 지나가지 않은 길은 훗날을 위해 남겨놓았다고 말하지만 그 다음 문장에서 '어떠한 길이 또다른 길로 이어짐을 알기에 다시 이 자리로 돌아갈 필요에 대한 의문을 가졌다'고 덧붙인다. 나는 이 부분이야말로 화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동시에 이것이 모두의 본질적인 고뇌임을 가장 잘 일반화시킨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4연에서 화자는 훗날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 자신은 한숨을 내쉬며 이 얘기를 털어놓을 것이라고 말한다. 갈라진 숲속에서 자신은 사람들이 덜 다닌 길을 택했고, 그것이 모든 차이를 만들어냈다고.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화자가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하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우선 일반적으로 한숨이란 후회 또는 과거를 향한 회한, 향수 등을 의미한다. 이는 1연부터 3연까지 이어지는 화자의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모습과는 대비된다고도 볼 수 있다. 능동적으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한 화자조차 결국 후일 한숨을 내쉼으로써 과거에 선택해 걸어온 자신의 길에 대한 일말의 후회와 다른 길을 선택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표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어떻게 유사한 고뇌와 후회를 겪는 사람들을 위로한다는 것일까?

 Frost는 이 시를 통해 바로 우리 모두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아무리 좋은 길을 가더라도 완벽한 길일 수는 없기에,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이 남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그렇기 때문에 가보지 않은, 선택하지 않은 “The road not taken” 은 항상 아름다워 보이고 동경과 환상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Frost가 1925년 이 시의 모델이 된 Frost의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네가 어떤 길을 택하든, 넌 항상 한숨을 내쉬며 다른 길을 택하지 않은 걸 후회할거야”라는 말이 담겨있다[각주:1]. 시 속 화자가 내쉰 한숨은 Frost의 친구와 같이 자신이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 맹목적인 미련을 남기며 후회하고 싶어하고,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향한 익살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시를 읽으며 우리는 어떤 길을 선택하더라도 훗날 한숨을 내쉬며 후회하게 되는 것이 우리 모두의 본연의 모습이고, 그 모습 또한 아름답고 순수한 감성이라는 Frost의 위로를 느낄 수 있다.


 

 우리 인간은 모두 선택이라는 숙명을 가지고 태어난다. 두 갈래의 길을 동시에 갈 수도 없으며, 혹은 아예 선택을 포기하고 마냥 그 자리에 서서 기다릴 수도 없다. 뿐만 아니라 하나의 선택을 해내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크고 작은 수많은 갈림길을 만나며 인생의 매 순간순간은 선택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나는 Frost가 시를 통해 이러한 선택을 대하는 태도의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택하지 않은 선택지에 대한 미련과 후회가 필연적이라면,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우리는 비로소 선택을 내릴 수 있다. 다시 말해, 어떤 선택을 내리든 후회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우리는 진정한 선택을 내릴 수 있게 하는 용기의 싹을 틔울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불확실함이 주는 두려움이 앞서 선택을 하면 할수록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오늘날 우리 시대 수많은 청년들도 현실의 기로에 서서 불확실한 미래와 남들의 시선, 그리고 이 길을 감으로써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때문에 그저 선택을 보류해 대학 졸업을 미루기도 하고, 혹은 남들과 다른 길을 도전했다가 시간만 낭비하고 실패하면 어쩌나, 지레 겁을 먹고 꿈에 대한 시도조차 없이 공무원 시험에 목을 매기도 한다. 물론 시가 가지고 있던 통찰도 그러하듯이,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택한다고 성공하거나 황금빛 후회 없는 인생이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실을 직시한 용기 있는 선택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고 그 모든 선택을 통해 한 층 더 성장할 수 있다. 그것이 결국 화자가 경험한 ‘all the difference’가 아니었을까.

 

글쓴이 김통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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